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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원리 연가
보민출판사 2023-12-05 10:12 354
▣ 『문장대』 24집 발간에 부쳐
위안과 기쁨이 되는 문학
꽃은 저의 빛깔에 어울리는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. 애완동물이나 집 안의 기물(器物)도 우리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모두 제 나름의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.
사람도 각자 고유한 체취가 있습니다. 자기 자신은 잘 모르지만 아름다운 사람에게서는 아름다운 향내가 납니다. 그것은 때로는 말로, 때로는 행동으로 나타나 이웃을 감동하게 합니다.
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(표사유피인사유명, 豹死留皮人死留名)는 양나라 왕언장(王彦章)의 말처럼, 사람의 향기는 또 그의 이름으로 지어진 문학이나 음악, 미술 같은 예술작품으로 후세에 전해지기도 합니다.
예술의 어떤 갈래이든 작가는 고뇌하는 사람입니다. 부조리한 사회와 시대를 괴로워하고 불완전한 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지새워 고민하는 사람입니다.
지난 한 해 회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고뇌 끝에 얻은 글들을 모아 문장대 24집 『두원리 연가』를 내어놓습니다.
우리의 글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시름을 다스릴 수는 없겠지만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.
마다하지 않고 옥고를 보내주신 출향(出鄕) 문인들과 향토 문화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보은군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.
- 김영애 「두원리 연가」 중에서
야트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외갓집은 낡고 초라했지만 설익은 열매를 위해 가을볕이 늦도록 집 근처를 해찰하고 있었다. 마당 가로 흘러내리는 골짜기의 물을 막아 샘으로 쓰고 있었다. 파란 하늘이 빠질까 봐 조각조각 잇댄 나뭇잎들이 웅덩이에 빼곡히 떠 있었다. 낙엽 떼를 휘휘 몰아내며 가재와 개구리를 잡고 얼음같이 찬물에 동생들과 다투어 세수도 했다. …… 울창해진 숲을 헤치며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집터에는 잡풀과 나무들만 무성했다. 주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어 묵정밭만 황량하게 널려있었다. 그래도 오막살이 외갓집을 떠 올리면 웅덩이에 다시 맑은 물이 차오르고, 가재는 뒤꽁무니를 빼고, 물봉선화는 자줏빛 꽃봉오리를 열고, 외숙모가 밥 짓는 연기는 아련한 농담(濃淡)을 더하고, 지난날이 그대로 멈춰선 채 예전처럼 오순도순 속삭인다. 오르골의 느슨해진 태엽을 감자 두원리 산골짜기가 빙그르르 돌아가고 허물어져 가는 오막살이 지붕을 덮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멜로디 되어 울려 퍼진다.